해외 학회 참가기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수미 2021 AES 후기

전공의 수련 중 한 번은 해외 학회를 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지만, 3년차가 되자마자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고 11월이면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고, 대한뇌전증학회를 통해 AES에서 late breaking abstract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4년차 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게 되었다. 지도 교수님이신 김원주교수님과 교육수련부, 감염관리실 등 병원에서 적극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다. 2년의 기다림,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안고 미국 시카고로 향했다.



2021 AES annual meeting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다. 참가자 전원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고 학회장 내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는데, 이러한 조치 덕분에 더욱 안심하고 학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학회 첫 날 McCormick place에 도착했는데 그 크기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넓었고, 그 중에서도 AES program은 west building에서 5일간 진행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 시간 5~6개 이상의 방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세미나, 심포지엄 등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는데 소아와 성인, 기초의학과 임상을 아우르는 뇌전증과 관련된 다양한 강연을 선택하여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세미나 중 하나는 올해 초 미국 FDA에서 lamotrigine의 cardiac safety에 관한 warning을 추가한 것과 관련하여 해당 내용의 evidence가 되는 기초 실험과 cardiologist의 관점을 먼저 듣고, epileptologist로서 이를 임상에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고민해보고 명쾌한 해답까지 제시해주었던 session이었다. Jacqueline A. French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는데,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것까지 정말 멋있는 발표였다(그래서 이분이 발표하는 다른 강연도 또 찾아서 들으러 갔다). NORSE와 FIRES의 최신 지견에 대해서도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인기가 많아서 뒤에 서서 듣고 복도에 앉아서 듣는 등 학회 참가자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전공의 경력이지만 환자의 진단을 자가면역뇌염으로 완전히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면역 치료를 끌고 갔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질문 시간에 다른 나라의 신경과 의사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치열하게 고뇌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Epilepsy와 dementia의 접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 이에 관한 기초 연구 세미나에도 참가하였다. Interictal epileptic activity가 pathological mesial temporal-cortical coupling을 유발하고 이것이 memory consolidation을 방해하는데, closed-loop responsive neurostimulation을 통해 mouse model에서 pathologic hippocampal-cortical coupling을 modulation 할 수 있었다는 연구가 가장 흥미로웠다. SEEG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다. SEEG implantation strategy와 실제 연자의 case를 볼 수 있었는데, semiology와 brain MRI상 병변이 일치하지 않을 때 SEEG를 통해 seizure focus를 찾고 성공적으로 수술한 case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수술 전 리드를 어디에 위치시킬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는데, 넣을 부위를 선택하는 것까지 이해하였으나 그 부위에 어느 방향(벡터)으로 어느 깊이로 어떻게 넣는지 조금 더 practical한 부분을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시카고는 아주 많이 춥다고 하여 두꺼운 옷과 패딩을 준비해갔는데, 학회기간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눈도, 바람도 없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학회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시카고 중심 번화가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야경이 정말 멋있었다. 높은 건물들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불빛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거리, 그리고 곳곳에 휘날리는 성조기가 미국의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첫 해외 학회를 2021 AES로 다녀온 것은 영광이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하고 발전하는 이 분야의 지식을 끊임 없이 배우고 습득하여 임상에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의사로서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나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주신 김원주교수님, 배움의 자세를 알려주신 허경교수님, 세브란스병원과 대한뇌전증학회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2021AES_조수미_0 : 학회장 앞에서


2021AES_조수미_1 : poster session 전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2021AES_조수미_2 : poster session 옆 제약회사 부스들


2021AES_조수미_3 : LivaNova 저녁 만찬 symposium


2021AES_조수미_4 : 학회장 사진


2021AES_조수미_5 : 시카고 야경


2021AES_조수미_7 : 시카고 야경


2021AES_조수미_6 : 시카고 극장 전면


2021AES_조수미_7 : 시카고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