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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 시대의 뇌전증 진료 및 연구
-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신경과 정보위원 문장섭

정밀의료 시대의 도래 고전적인 의학은 하나의 질병에 하나의 치료법을 적용하는 이른바 ‘One size fits all’ 방식이었다면, 현대의 의학은 동일한 질환을 위험도 및 특성에 따라 계층화하여 집단별로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는 ‘stratified medicine’의 형태를 따른다. 한편, 이미 의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의 의학을 주도할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개인의 여러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흔히 정밀의료를 4P의료라고 하는데, 예측의료(Predictive), 예방의료(Preventive), 맞춤의료(Personalized), 참여의료(Participatory)를 말한다. 정밀의료를 위해서는 인체에서 얻은 대규모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유전체(Genomics) 정보이다. 이 외에도 단백질체(Prote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 대사체(Metabolomic) 등 각종 인체유래물에서 얻은 정보를 정밀의료에 활용하게 되며, 앞으로는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얻은 라이프로그(lifelog)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나 온라인 서비스 사용패턴을 분석하는 디지털 표현형(digital phenotype) 등의 정보도 활용하게 될 것이다.

2021년 현재 뇌전증 진료는 대부분 계층화 의료(stratified medicine)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뇌파 검사 및 영상 검사를 통해 seizure 및 epilepsy classification을 나누고 etiology를 분류하며, 그에 따라 어떤 항경련제(broad spectrum vs. narrow spectrum)를 투약할 지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새로운 항경련제가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난치성뇌전증 환자는 여전히 30%에 이른다. 또, 개별 환자에서 가장 적합한 항경련제 종류 및 용량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겪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정밀의료는 이러한 뇌전증 진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뇌전증 분야에서 정밀의료에 가장 가까운 진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뇌전증 수술이다. 각각의 환자별로 brain mapping을 시행하고 발작초점(seizure focus)을 확인한 뒤, 여러 뇌영상 검사 결과들을 종합하여 개인맞춤형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한편, 최근에는 뇌전증성뇌병증(epileptic encephalopathy) 환자를 비롯한 뇌전증 환자에서 유전자 패널 검사들이 점점 많이 시행되고 있어 뇌전증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정밀의료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뇌전증 약물 유전체학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이란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약물의 효능 및 부작용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약물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주된 목표는 개별 환자에서 효과는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아쉽지만 현재까지 약물유전체학을 기반으로 항경련제의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뇌전증이 진단되면, 담당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하나의 항경련제를 선택하여 투약하게 되고, 이후 증상이 잘 조절되는 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약물유전체학을 바탕으로 항경련제의 부작용을 예측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HLA-B*1502 유전형과 카바마제핀 피부 이상반응 사이의 연관성이다. HLA-B*1502 유전형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카바마제핀을 투약하였을 때 중증피부유해반응(Severe cutaneous adverse reaction, SCAR)이 발생할 교차비(Odds ratio)가 2,504에 달하기 때문에, 투약 전에 HLA 유전형을 미리 확인 가능하다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실제 임상진료 현장에서 HLA-B 유전형 검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피부발진 부작용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우선 약제를 투약하게 된다.

이 외에도 항경련제의 경미한 피부유해반응 발생과 연관된 HLA 유전형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HLA-A*24:02 유전형과 라모트리진 피부 이상반응과의 연관성이 국내 연구자 및 해외 연구자들에 의해 연속해서 보고된 바 있다. 또, HLA-B*4002 유전형과 옥스카바제핀 피부 이상반응과의 연관성도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연관성은 교차비가 4점대에 그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항경련제 피부 이상반응을 사전에 회피하는 전략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약물유전체학 지식을 바탕으로 항경련제의 효과 및 부작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빅데이터 기반 뇌전증 표현형 분석 뇌전증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용한 바이오마커들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혈액 및 뇌척수액 내 바이오마커 뿐만 아니라, 뇌영상 바이오마커, 뇌파 바이오마커, 그리고 행동학적인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바이오마커들을 활용하여 뇌전증의 발병위험도를 예측하고 진단에 활용하며, 경련발작을 모니터링하거나 예후를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에는 뇌전증 환자에게 삽입된 전극으로부터 얻어지는 뇌파를 기계학습 혹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분석한 뒤, 경련발작을 미리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경련발작을 1분 정도만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임상적으로 뇌전증 환자들의 증상 조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8년에는 FDA에서 경련발작을 추적관찰 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들(스마트 워치 등)을 승인하여, 향후 이러한 기기들을 활용한 경련발작 예측 연구들도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뇌전증 원인 유전자 진단 예전부터 드라베증후군, 결절성경화증 등 유전자 이상에 의해 뇌전증이 발생하는 질환들이 일부 알려져 있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 개발되면서 더욱 많은 뇌전증 환자들에서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었으며,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이상이 뇌전증의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실제 임상진료 시, 뇌전증성뇌병증(epileptic encephalopathy)을 일으키는 환자들에서 유전자 패널 검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발병 연령이 어린 환자들일수록 유전자 이상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뇌 체성돌연변이에 의해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2012년 편측거대뇌증(hemimegalencephaly)가 PIK3CA, AKT의 뇌 체성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이후, 2010년대 중 후반에는 성인 난치성 뇌전증의 주요 원인인 국소피질이형성증(focal cortical dysplasia, FCD)이 MTOR 관련 유전자의 뇌 체성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 규명되었다. 이후 MTOR 이외의 유전자의 뇌 체성돌연변이에 의해 뇌전증이 발병한 사례들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인 뇌전증 환자들 중에서도 연구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가 점점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특히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에서 유전자 이상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뇌전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들이 지속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앞으로 성인 뇌전증 환자들에서도 더욱 활발히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뇌전증 맞춤형 치료 전략 유전자 이상이 확인된 뇌전증 중 일부의 경우에는 맞춤형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SLC2A1 이상에 의한 뇌전증의 경우 케톤식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TSC1, TSC2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결절성경화증에서 mTOR 억제제를 투약해볼 수 있으며, GRIN2A, GRIN2B 유전자 이상에서 NMDA 수용체 길항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KCNT1 유전자 이상에는 quinidine이 도움이 되며, SCN2A 유전자 이상에서는 나트륨채널차단제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SCN1A에 의한 드라베증후군에서는 나트륨채널차단제가 경련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뇌전증 환자들에서 유전자 검사들을 시행하고 유전적 원인을 발굴함으로써 맞춤형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더욱 많은 뇌전증 환자들에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정밀의료 시대의 뇌전증 중개 연구 뇌 체성돌연변이에 의한 뇌전증은 소동물(Mouse 혹은 Rat)에서 자궁내전기천공법(in utero electroporation)을 통해서 동물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특정 뇌 체성돌연변이가 경련발작을 유발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뇌전증 발병기전을 연구할 수 있고, 치료 후보물질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

생식세포 돌연변이에 의한 뇌전증 발병기전은 다양한 형질전환동물모델(transgenic animal model)을 이용하여 연구할 수 있으며, 초파리(drosophila), 제브라피쉬(zebrafish), 마우스 모델 등이 널리 활용된다. 최근에는 유전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체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를 제작하여 이를 연구에 활용하기도 한다. 환자 체세포 유래 iPSC는 환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질환모델을 구축하고 병리기전을 연구할 수 있다. 또, 환자 체세포 유래 iPSC를 이용하여 약물 스크리닝을 하거나 개인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마무리 정밀의료란, 개인의 유전정보, 생활습관, 개인의 건강정보 등의 다양한 생체정보를 토대로 개인 및 환자에게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앞으로 뇌전증 진료에도 정밀의료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하여 경련발작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며, 최신 유전자 검사방법을 활용하여 더욱 많은 뇌전증 환자들에서 유전진단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유전진단이 완료된 환자들에서는 환자맞춤형 질환모델을 활용하여 개인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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