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과 사회

양태원
정보위원,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신경과

1. 서론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나라는 1945년에 해방되었지만 이념의 대립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신탁통치를 받았고, 1950년에 발발한 6.25전쟁 이후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가슴 아픈 현실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가 부여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외적(外敵)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의무로서 헌법에 명시된 4대 의무(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중에서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다. 본고는 군복무를 앞둔 뇌전증 환자의 병역법을 정리하여, 대한뇌전증학회 회원들의 진료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했다.



2. 국방의 의무와 병역법 국방의 의무를 정하는 틀은 법률에 준거하는데, 우리나라 헌법 제39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국민의 국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병역의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병역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되고, 병역의무자는 19세가 되는 해에 병역판정검사를 받게 된다. 병역판정검사에서 심신과 학력, 조건이 일정 수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현역 대상에 포함되며, 약 18개월 간 대한민국 육군에 현역병으로 복무하게 된다. 해군이나 공군은 지원을 통해서 복무 가능하고 각각 20개월과 22개월을 복무하게 된다.



3. 군입대 시기의 뇌전증 유병률 군입대의 대상이 되는 20-29세의 내국인 남자는 대략 347만 명(2018년 통계자료)이다. 2016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9세 남자의 국내 뇌전증 유병률은 인구 1,000명 당 3.88명으로, 이를 통해 추론해 보면 대략 13,500명 정도의 뇌전증 환자가 군복무와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뇌전증과 병역판정 뇌전증을 앓고 있는 남성의 군복무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른다. 경련성질환에 대한 병역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이내에 발행한 병사용 진단서와 의무기록지, MRI 및 뇌파검사 결과지, 항뇌전증약물농도검사(혈액검사) 결과지를 구비해야 한다.

병역판정검사에서 뇌전증과 관련된 항목은 경련성 질환과 난치성 뇌전증이 있다. 임상적으로 뇌전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하고 있으나 뇌파검사, 방사선 검사, 핵의학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미확인된 경련성 질환)는 치료 기간이 1년 이상이면 4급으로 분류되고, 2년 이상이면 5급으로 분류된다. 5급으로 판정 받기 위해서는 치료기간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치료 사실이 기록된 의무기록과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였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한 항뇌전증약 혈중농도 검사기록이 필요하므로 정기적인 외래 진료와 함께 처방에 따라 항뇌전증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전증으로 치료받는 환자 중에서 뇌파검사, 방사선 검사, 핵의학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었다면 5급으로 분류된다. 다만 10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서 5년 이상 약을 중단한 경우(resolved epilepsy)는 2급으로 분류되어 학력에 따라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복무하게 된다. 난치성 뇌전증으로 뇌절제술을 받았다면 5급으로 분류된다(Table 1). 일반적으로 1-3급은 현역, 4급은 보충역, 5급은 전시근로역, 6급은 병역면제, 7급은 재검사로 분류되나, 학력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Table 2).


Table 1.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


평가기준란 중 전역란은 병역처분변경 등의 경우에 적용되는 기준을 말하고, 같은 란 중 전시란은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 적용되는 기준을 말한다.


Table 2. 신체등급과 학력에 따른 병역처분 기준




5. 결론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뇌전증을 진단받고 치료가 20대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남자의 경우 군입대 시기가 도래하면 이와 관련된 많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고,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우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 글이 뇌전증 환자의 군복무와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하고 뇌전증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환자와 상담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Reference
1. 대한민국헌법 제39조 제1항
2. 병역법 제8조
3. 병역법 제11조 제1항
4. Lee SY, Chung SE, Kim DW, Eun SH, Kang HC, Cho YW, et al. Estimating the Prevalence of Treated Epilepsy Using Administrative Health Data and Its Validity: ESSENCE Study. J Clin Neurol. 2016;12(4):434-40.
5. KOSIS, National Statistical Office, Population and Housing Census [cited 2021 May 31]. URL: http://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Index.do?menuId=M_01_01&vwcd=MT_ZTITLE&parmTabId=M_01_01#SelectStatsBoxDiv
6. Fisher RS, Acevedo C, Arzimanoglou A, Bogacz A, Cross JH, Elger CE, et al. ILAE Official Report: A Practical Clinical Definition of Epilepsy. Epilepsia. 2014;55(4):475-82.
7.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2018.9.17) 제11조(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