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당

The Sunshine State, 플로리다 올랜도를 다녀왔습니다.
- 이윤진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저희 병원과 소아과학교실의 배려로 2018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Advent Health of Orlando (구, Florida Hospital for Children)" 으로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연수 준비 시작부터 진행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더디되어, 막상 출국할 때는 담담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동부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드디어 올랜도에 도착 후 공항을 나설 때, 11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에 전해진 강한 햇빛과 습하고 더운 날씨에 흡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봤던 첫번째 인상이 아직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Advent Health of Orlando 은, 소아과 병상수가 300개 이상이고 140명 이상의 소아과 전문의들이 진료를 보고 있는 센터인데, 특히 National Association of Epilepsy Centers (NAEC)에 의해 level 4 수준의 뇌전증 센터로 선정된 병원입니다. 그 병원에서 제 연수를 흔쾌히 받아주셨던 선생님은, 이미 대한뇌전증학회 및 대한소아신경학회의 대부분 회원들이 잘 아시는 이기형, 서주희 선생님이십니다. 이기형 선생님은 Comprehensive Epilepsy Center 의 센터장이시면서 본인의 클리닉과 여러 가지 리서치 미팅 등으로 제가 생각했던 미국 의사들과 다르게 매우 바쁘게 일하시는 모습이셨습니다. 연수 일정의 중요한 과정은 이기형 선생님께서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서주희 선생님은 생활에 여러가지 세심한 팁을 주셔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임상 진료를 대부분 참관하면서 뇌전증 수술 대상 환자들의 컨퍼런스 및 수술 계획과 과정을 공유하며 배울 수 있었는데, 특히 최근에 많이 시도하는 StereoEEG (sEEG)를 이용하여 수술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sEEG를 이용한 뇌전증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기존의 subdural electrodes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deep brain structure의 epileptogenic focus를 찾아내고 모니터링을 하는데 제대로 빛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insular epilepsy 환자들은, ictal discharges 의 spreading 따른 임상적인 semiology 가 매우 다양해서, 때에 따라 마치 frontal lobe, temporal lobe, or parietal lobe epilepsy 처럼 보이게 되고, 만약 neuroimaging 에서 non-lesional MRI 소견이라면, 수술적 치료 접근을 고려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라도 sEEG를 이용하여 deep cortex의 ECoG monitoring 을 시행함으로써 insular epileptogenic focus 를 찾게 된다면, 성공적인 수술적 절제를 통해 환자에게 좋은 치료 성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 밖에 외래 클리닉 시간엔, 동양인과 다른 코카시안 인종에서 흔한 질환들을 접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올랜도는 플로리다 중부에 위치하고, 이전에는 오렌지를 집산하는 평범한 도시였는데, 1971년 월트 디즈니 테마파크가 개장된 후 급격히 도시화가 되면서 현재는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된 곳이고,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들이 많아서 운전을 하다 보면 저절로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말엔 호수와 일몰을 만끽하면서 조깅을 시작했었는데, 그 시간에 받은 여러가지 감정과 에너지를 잊지 않고 제 마음에 계속 간직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매년 열리는 "Female 5 KM racing" 행사가 있었는데, 어쩌다가 여기 오피스 팀 멤버들과 같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와서 달리기 대회를 나갈 줄이야……) 아무튼 괜한 승부욕으로 이악물고 뛰었는데 27분 골인했고 300여명 중 26등으로 좀 아쉬웠지만 재밌는 행사였습니다. 올랜도 하면 딱 떠오르는 디즈니 월드랑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다녀왔는데요,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디즈니를 처음 갔을 때, 세상에, 이런 신세계가 있다니…. 모든 걸 잊고 어릴 시절로 돌아간 듯이 그야말로 발에 불이 나게 열심히 놀았네요.

미국 연수때문에 운전이란 걸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터라, 처음 정착하는 과정에서 제일 마음 졸였던 게, 운전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출국 전에 부랴부랴 개인연수 받고는, 미국 도착해서 렌터카를 처음 볼 때, 어찌나 떨렸던지요…. 이후 점점 익숙해져서 잘 다니다가, 귀국을 2개월 남기고 결국 플로리다 경찰차와 충돌 사고가 한번 생기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경험 안해 본 일을, 타국에서 겪게 되어서…. 너무 난감했지만, 다행히 전혀 다치지 않았고, 백프로 상대방 과실이라 저의 경제적인 손실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걸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연수 기간 동안 이전엔 꿈만 꿨던 여러 명소에 여행도 하고, 레시피 보면서 요리도 해보고, 서투른 자전거도 타면서… 저 자신에 대해 찬찬히 되돌아보고, 그동안 해왔던 일들과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도 정리하면서 리후레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귀국하기 한달 여 전부터 미국에 COVID-19 가 한국보다 더 심각해지면서, 혹시 감염될까 엄청 조마조마 했었고, 귀국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무사히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된 걸로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부턴 다시 제가 있어야 할 위치에서, 배워 온 것들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와줄 수 있는 겸손한 의료인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매일 떠올리면서 본분을 다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