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학회 참가기

AES 학술대회 참석 후기 (2)

이채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바쁜 병원 생활에 매몰되어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라는 생각이 들 때쯤 기다리던 AES 가는 날이 다가왔다. AES에서 발표할 포스터 작성이라는 난관을 살짝 넘고 드디어 미국 땅에 도착했다. 이번 AES는 Baltimore에서 열렸다. 공항에서 Baltimore 가는 택시에서 보니 도시 곳곳에 AES 환영 깃발이 걸려 있어 반가웠다. 하지만 downtown을 지나갈 때는 노숙인들이 너무 많아 약간 당황스러웠다. 학회장에 드디어 도착! 학회가 열리는 곳은 Baltimore convention center였는데 한 블록 전체를 다 차지하고 있는 컨벤션 센터의 규모에 놀랐다. 학회장과 연결된 숙소에는 누가 봐도 AES 왔다는 걸 알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붐볐다. 딱 봐도 AES에 여러 번 참가 경험이 있어 보이는 노 교수님들, 동료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하며 인사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포스터 통을 어깨에 메고 잔뜩 긴장해 있는 나 같은 초심자들이 모두 섞여 있었다. 드디어 학회에 왔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강의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넘어서까지 마라톤식으로 진행되었다. 아침 7시면 꽤 이른 시간인데도 제시간에 맞춰온 사람들이 이미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모두들 눈이 반짝였다. 학회 초반부 오전에 진행된 Career skill session에 참여했다. 거기서는 epilepsy와 관련한 다양한 진로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 및 월급 협상하는 법, 좋은 자리 찾아가는 팁 등 나 같은 초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실질적인 주제로 해당 필드에서 한창 일을 하시는 분과 career building 단계의 사람들이 interactive 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special interest group, investigator workshop에서는 epilepsy라는 넓은 틀 안에서 각 세부 분야에 대한 강의로 그 종류만 48가지 정도로 그 다채로움에 놀랐고 그만큼 epilepsy라는 틀 안에서 연구 주제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중에서 내게 생소한 MEG(magnetoencephalography)에 대한 강의와 연구 grant 받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누군가가 쓴 proposal을 다 같이 보면서 점수를 매겨보고 장단점을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재미있었다. 또한 annual course에서는 하루 종일 network disorder라는 한 가지 주제로 깊이 있는 강의가 이어졌다. epileptic network의 관점에서 semiology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respective surgery를 계획함에 있어서 epileptic network를 중심에 두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임상 혹은 연구 단계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검사 기법, network의 관점에서 본 comorbidity(memory, psychological disease, sleep disorder) 등에 대한 강의였다. Epileptic network의 개념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임상가뿐만 아니라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의 강의도 많았고 (neuroinflammation 등) 깊이가 있었다. 3일간 진행된 poster session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연구자들과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하면서 연구 주제에 대해서 질문하고 내가 잘 몰랐던 개념에 대해서는 기탄없이 물어보고 대답할 수 있어 강의 시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자극도 받았다. 나는 Poster session 돌면서 CCEP(cortico-cortical evoked potential), synchronization에 대해 poster를 가져온 나와 비슷한 연배의 외국 연구자들이랑 얘기를 해보았는데 글로 볼 때는 개념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잘 아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니 훨씬 쉽게 느껴져서 좋았다.

마지막 날에는 clinical skill workshop 이 있었다. 실제 병원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skill들, 예를 들면 AED의 사용, neuroimaging, genetic testing, resection margin 정하는 법 등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는데 나는 neuroimaging 강의를 들었고 주로 MRI 판독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매우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session에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후기를 쓰면서 프로그램북을 다시 보니 5일간의 학회 기간이 다시 생각나면서 시차 적응, 체력의 저하로 인해 듣지 못한 강의가 많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AES는 정말 알찬 학회였고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전공의를 위한 강의가 따로 있는 만큼 뇌전증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전공의 선생님들도 가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학회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삼성서울병원 교수님들과 학회 지원을 결정해주신 대한 뇌전증 학회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